무녀도(巫女圖)-김동리
 김병학  10-12 | VIEW : 26,945
무녀도(巫女圖)

작가 소개
김동리(金東里 1913-1990) 경북 경주 출생. 본명 시종(始鍾). 경북 경주(慶州) 출생. 경주제일교회 부설학교를 거쳐 대구 계성중학에서 2년간 수학한 뒤, 1929년 서울 경신중학(儆新中學) 4년에 중퇴하여 문학수련에 전념하였다. 박목월(朴木月)·김달진(金達鎭)·서정주(徐廷柱) 등과 교유하였다. 1934년 시 "백로(白鷺)"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함으로써 등단하였다. 이후 몇 편의 시를 발표하다가 소설로 전향하면서 193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화랑의 후예",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화(山火)"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다졌다. 1947년 청년문학가협회장, 1951년 동협회부회장, 1954년 예술원 회원, 1955년 서라벌예술대학 교수, 1969년 문협(文協) 이사장, 1972년 중앙대학 예술대학장 등을 역임하였다. 1973년 중앙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1년 4월 예술원 회장에 선임되었다. 순수문학과 신인간주의(新人間主義)의 문학사상으로 일관해 온 그는 8·15광복 직후 민족주의 문학 진영에 가담하여 김동석(金東錫)·김병규와의 순수문학 논쟁을 벌이는 등 좌익문단에 맞서 우익 측의 민족문학론을 옹호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때 발표한 평론으로, "순수문학의 진의"(1946), "순수문학과 제3세계관"(1947), "민족문학론"(1948) 등을 들 수 있다. 작품활동 초기에는, 한국 고유의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 등을 신비적이고 허무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통하여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고, 그 이후에는 그의 문학적 논리를 작품에 반영하여 작품세계의 깊이를 더하였다. 6·25전쟁 이후에는 인간과 이념과의 갈등을 조명하는 데 주안을 두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으로 <무녀도(巫女圖)>(1947), <역마(驛馬)>(1948), <황토기(黃土記)>(1949), <귀환장정(歸還壯丁)>(1951), <실존무(實存舞)>(1955), <사반의 십자가>(1958), <등신불(等身佛)>(1963), 평론집으로 <문학과 인간>(1948), 시집으로 <바위>(1936), 수필집으로 <자연과 인생> 등이 있다. 예술원상 및 3·1문화상 등을 받았다.

줄거리
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널따랗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 내릴 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랫벌엔 큰 차일을 치고, 차일 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그녀들의 얼굴 얼굴들은 분명히 슬픈 흥분과 새벽이 가까워 온 듯한 피곤에 젖어 있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자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우리 집에 있는 무녀도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경주읍에서 십여 리 떨어진 집성촌 마을의 퇴락한 집에 사는 모화는 무녀였다. 그녀는 세상 만물에 귀신이 들어앉아 있다고 믿었으며, 그녀의 생활은 굿이 그 전부였다. 그녀의 식구는 넷이었는데, 남편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해변가로 나가 혼자 해물 장수를 하고 있었고, 아들 욱이는 무당의 사생아로서 동네에서 배겨나기가 힘겨워, 몇 해 전에 마을을 나가고 없었으므로, 집에는 그녀와 고명딸 낭이의 두 모녀가 앙상히 살아가고 있었다.
낭이는 귀머거리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대단한 화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방에 들어앉아 그림만 그렸다. 한편 모화는 매일 술만 마셨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낭이를 소중히 했다. 모화는 낭이를 낳을 때의 태동으로 짐작해서 낭이를 용신(龍神- 용왕)의 딸의 화신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몇 해 두고 소식이 없던 욱이가 돌아왔다. 모화는 기뻐서 안고 울었다.
그러나 이윽고 욱이가 예수교에 귀의했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때부터 그녀는 욱이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아들을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데, 욱이는 욱이대로 어머니에게 마귀가 붙었다고 걱정했으며, 마태복음에 적혀 있듯이 낭이가 귀머거리가 된 것도 그 탓으로 알았다. 그는 하느님께 어머니와 누이를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잘 때도 언제나 성경을 가슴에 품고 잤다. 어떤 날 밤, 욱이는 잠결에 가슴이 허전함을 느꼈다. 깨어보니 성경이 없었다. 때마침 부엌에 불이 밝혀져 있는데, 어머니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성경 첫 장을 불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뛰어 나가 성경을 뺏으려 했다. 그 때 머리 위로 식칼이 날았다. 그녀의 눈에는 욱이가 예수 귀신으로 보였다. 그는 기어코 세 곳에 칼을 맞고 넘어졌다. 그녀는 그로부터 두문불출하고 아들의 병을 간호했다. 그 사이 이 마을에도 교회가 서고 예수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들은 무속을 비방하며 돌아다녔다. 교회는 욱이의 청으로 목사가 주선해서 세웠던 것이다. 욱이는 기어코 소생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는 예수 귀신이 욱이를 잡아갔다고 말했으며, 매일 같이 귀신 쫒는 주문을 외었다.
달포가 지났을 때, 그녀는 물에 빠져 죽은 젊은 여인의 혼백을 건지는 굿을 맡게 되었다. 그녀는 그 날 따라 어느 때보다 정숙했다. 외아들을 잃은 데다가 예수교도로부터 박해까지 받고 사는 모화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예쁘게 보였다. 그녀는 신나게 굿을 했다. 그것은 그녀는 이제 이 괴로운 세상을 떠나 용신에게 귀의할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여인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여인이 죽은 못 속으로 넋대를 쥐고 하염없이 들어갔다. 그녀는 마침내 꼭지물이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봄철에 꽃 피거든 낭이더러 찾아 달라는 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기어코 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화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난 어떤 날, 낭이의 아버지는 나귀 한 마리를 몰고 모화의 집으로 왔다. 그는 낭이를 나귀에 태우고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그들은 곳곳으로 귀한 집을 찾아다니며, 그녀는 무녀의 그림을 그려주고, 아버지는 낭이에 대한 내력을 이야기하고는 대가를 받으면서 정처 없이 또 돌아다녔다.
낭이는 잠자코 그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나귀 위에 올라 앉았다. 그들이 떠난 뒤엔 아무도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고, 밤이면 그 무성한 잡풀 속에서 모기들만이 떼를 지어 울었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배경 : 시간(개화기). 공간(경주 부근 마을)
성격 : 토속적. 샤머니즘적. 신비적
시점 : 외부 이야기(1인칭 관찰자 시점). 내부 이야기 및 후일담(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액자 구성
도입 액자 - 무녀도의 그림 내용과 내력
발단 - 무당 모화와 딸 낭이의 인물 제시
전개 - 욱이의 귀향과 그로 인한 갈등
위기 - 갈등의 고조. 욱이는 모화의 칼에 찔려 죽는다.
절정 - 욱이의 죽음. 교회당이 들어선다.
결말 - 모화의 마지막 굿과 죽음.
종결 액자(후일담) - 아버지가 낭이를 데려간다.
주제 : 변화의 충격 앞에서 전통을 지키려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과 운명
출전 : <중앙>(1936)

등장 인물
모화(毛火) : 무당. 기독교 수용을 반대하는 무속적, 신령적 세계관의 소유자(평면적, 전형적 인물)
욱이(昱伊) : 모화의 외아들. 사생아. 일찍이 모화가 절간으로 보냈으나 소식이 없다가 기독교인이 되어 돌아와 모화와 대립하는 인물(반동 인물, 전형적 인물)
낭이(琅伊) : 모화의 딸. 욱이의 이복 동생. 근친 상간의 기미가 있는 인물이며, 벙어리로서 그림에 소질이 있음. 무녀도를 그리게 됨.

이해 및 감상
"무녀도"는 원래 <중앙>에 발표된 이래 1947년 판 단편집 <무녀도>에서, 1967년판 <김동리 대표작 선집>에서, 각각 개작(改作)되었고 1978년 장편 "을화(乙火)"로 완전 개작되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재래적 토속 신앙인 무속(巫俗)의 세계가 변화의 충격 앞에서 쓰러져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무녀도"라는 그림에 담긴 한 무녀의 삶과 죽음을 중심 제재로 한 이 작품은 소멸해 가는 것의 마지막 남은 빛에 매달려 이를 지키려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전래 토속 신앙인 무속과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 신앙의 충돌로 인한 모자 간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즉, 기독교로 대표되는 외래 문화와 무속으로 대표되는 토속 신앙 간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여 결국은 토속 신앙이 패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욱이의 죽음은 교회의 설립이라는 미래 계시적인 죽음이며 상대적으로 모화의 죽음은 외래 신앙인 기독교 사상이 퇴조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 조류를 나타내는 비극적 죽음이다. 한쪽은 승리의 죽음이요, 한쪽은 패배의 죽음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 모화의 죽음, 자식을 죽이는 행위 등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인 사건들을 초월적인 힘에 의해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기에 핵심적 갈등인 무속과 기독교의 갈등 구조도 그 운명론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즉, 작가의 의도는 종교적인 대립의 문제보다는 신비스럽고 운명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탐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화의 죽음은 기독교의 승리로 볼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승패보다는 역사의 필연적인 변화 앞에서 이에 맞서고 겨루어 보려 한 인간의 모습을 제시한 것에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
"무녀도"는 시대적 배경이 불확실한 작품이다. 이는 역사적인 시간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운명적인 삶의 보편성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세계관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탐미주의적 에로티시즘이 깔려 있다. 모화의 장단에 맞추어 저고리와 치마를 벗고 나체춤을 추는 낭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는 작가가 샤머니즘의 세계를 미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효과적인 무기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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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바비도 - 김성한 518  김병학 10-12 14146
16   배따라기-김동인 691  김병학 10-12 23603
15   광화사(狂畵師) - 김동인 807  김병학 10-12 5616
14   감자 - 김동인 564  김병학 10-12 23821
  무녀도(巫女圖)-김동리 844  김병학 10-12 26945
12   역마(驛馬)-김동리 633  김병학 10-12 31720
11   만무방 - 김유정 1468  김병학 10-12 7058
10   金 따는 콩밭 801  김병학 10-12 11794
9   소낙비 531  김병학 10-12 1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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